유튜브 이용이 늘면서 많은 시청자는 TV로 음악방송을 챙겨보지 않게 되었다. 유튜브를 통해 자신이 보고 싶은 음악만 골라본다. 그럼에도 음악방송을 챙겨봐 모든 출연진의 무대를 본 소수의 시청자는 말한다. 요즘 나오는 그룹들은 거의 다 비슷한 노래와 동일한 무대공연을 한다고 말이다. 대체 어떻게 ‘똑같다’는 것일까?

K-pop의 콘셉트가 변화하는 양상은 국내 아이돌의 팬, ‘팬덤’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1세대 아이돌인 H.O.T.와 핑클 등은 국내에서 주로 활동하여 팬이 국내에 국한되었다. 하지만 2세대 아이돌부터는 국내 팬덤을 넘어서 해외 팬덤이 현상이 생겼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아이돌의 K=pop을 소비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도 들을 노래는 많다. 힙합, R&B, 댄스, 라틴, EDM까지 노래의 공급은 수요를 넘어선다. 그런 외국인들이 K-pop을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해외에서는 볼 수 없는 퍼포먼스와 스타일링에 있다. 해외에도 우리가 아이돌이라 생각하는 ‘보이밴드(boyband)’가 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영국 등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한 ‘백스리트보이즈(backstreetboys)’, 2013년 혜성처럼 등장한 오디션 출신 보이밴드인 ‘원디렉션(onedirection)’이 있다. 하지만 K-pop 아이돌은 이들이 보여주지 못한 걸 보여줬다. 바로 화려한 스타일링과 고난도 안무다. 백스트리트보이즈와 원디렉션은 안무가 거의 없다시피 했고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게 무대 공연의 전부였다. 무대 의상조차 청바지에 후드티로 캐주얼했다. 하지만 K-pop 아이돌은 일상에서 거의 볼 수 없는 무대 의상들과 알록달록한 헤어스타일을 한 채 강렬한 시각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선사했다. 바로 자국에서 볼 수 없는 무대 퍼포먼스스 때문에 외국인들로 하여금 K-pop의 팬이 된 까닭이다.

2020년대에 들어선 지금, K-pop 산업은 국내 대중들의 기호보다는 해외 팬덤의 기호를 더 살피게 됐다. 그 이유는 해외 팬덤이 국내 팬덤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해외 팬덤은 앨범 구매를 넘어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소비를 한다. 그러한 해외 팬덤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익은 바로 해외 콘서트 투어다. 정확히는 콘서트 때 판매하는 굿즈 수익과 티켓 수입이다. 코로나 19로 해외 콘서트 투어가 불가능한 현시점에도 압도적인 해외 팬덤 크기를 자랑하는 BTS가 온라인 콘서트 한 번만으로도 250억의 수익을 벌었다. 전 세계 콘서트 수익 1위다. 단 하루 진행된 온라인 콘서트가 이 정도인데 몇 개월에 걸쳐 여러 도시를 오가는 오프라인 콘서트의 수익은 아마 상상 그 이상일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아이돌로 하여금 더 어려운 안무, 더 화려한 스타일링을 하게 했다. 해외 팬덤은 자국에는 없는 K-pop 아이돌만의 강렬한 무대를 원하고, 아이돌들은 그러한 해외 팬덤의 수요에 맞춰 강렬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무대공연을 준비한다. 데뷔 초반에는 발랄하고 상큼한 콘셉트를 유지했던 아이돌 그룹조차도 해외 팬덤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노래로 앨범 콘셉트를 바꿀 정도다. 남성아이돌 뿐만 아니라 여성아이돌도 마찬가지다. 여성 아이돌은 글로벌 음악챠트에서 국내 남성 아이돌보다 보다 대중적이다 하지만 여성 아이돌 역시 남성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대중형’보다 ‘팬덤형’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음악방송만 틀면 똑같은 노래와 똑같은 무대를 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나온 까닭이다.

그렇다면 정말 K-pop에는 강렬한 음악 밖에 남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강렬한 음악보다는 대중들이 원하는 음악성에 더 치중한 음악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좋은 노래로 역주행에 성공한 ‘브레이브걸스’다.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에는 군 위문 공연 영상의 힘이 컸지만 노래가 좋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관심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다. 군 위문 공연 영상의 노래인 ‘롤린(Rollin’)‘ 뿐만 아니라 ’운전만 해‘ 노래까지 역주행에 성공한 건 결국 노래가 가진 음악성 덕분이었다.

K-pop 또한 한국 문화다. 한국에서 사랑받지 못한 채 해외에서만 사랑받기를 원한다면 세계적인 가수로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게 된다. K-pop 산업은 단순히 무대 퍼포먼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귀로 듣길 원하는 좋은 음악의 생산에도 힘을 써야 한다. 대중의 입장인 우리 또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좋은 음악에게 관심을 줘야 한다. 역주행의 신화는 언제든지 계속되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 음악성을 평가받고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아이돌은 분명히 해외에서도 사랑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조서희/tjgml894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