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박효신, NCT127. 한 네티즌이 아이돌을 덕질(팬질)하는 사람에게 꿀팁을 전해준다며 글을 올렸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은근슬쩍 티내고 싶을 때 앞에 아이유와 박효신을 말한 다음 아이돌의 이름을 언급하면 튀지 않고 숨겨진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댓글은 “아이유, 박효신, NCT127. 이게 숨겨지는 거냐?”며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바로 이 글과 댓글에서 ‘아이유, 박효신, NCT127’이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졌다. 아이돌 문화가 이제 대중문화가 아닌 ‘그들만의 문화‘가 된 현상을 비꼬는 유행어로 말이다.

한국 K-pop 역사 속에서 아이돌들의 시기를 구분할 때 ‘n세대’라는 말을 주로 쓴다. 1세대는 처음 아이돌 문화를 만든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을 말하며 2세대는 ‘동방신기’, ‘빅뱅’,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을 일컫는다. 특히 2004년에 데뷔한 동방신기는 ‘비’, ‘세븐’, ‘이효리’, ‘채연’과 같은 솔로가수 전성기였던 2000년대 초반을 지나 새롭게 2세대 아이돌 전성기를 열었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그 전 세대의 쇠퇴를 의미한다. 1세대인 H.O.T.와 핑클이 해체되고, 빅뱅과 소녀시대가 새로 데뷔해 연달아 히트곡을 남기면서? 2세대의 등장을 알리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이러한 2세대를 지나 3세대는 2012년 ‘엑소’와 2015년 ‘트와이스’ 각각 남녀 아이돌로 데뷔하면서 또 다른 전성기를 펼쳤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2세대 아이돌인 동방신기나 원더걸스 노래를 불러보라 하면 어렵지들 않게 부를 것이다. H.O.T.와 같은 1세대 아이돌들의 노래는 말할 것도 없다. 1세대와 2세대 아이돌들은 모두가 아는 국민 아이돌이었다. 3세대 엑소와 트와이스만 해도 그렇다. 엑소의 대표곡인 ‘으르렁’이나 트와이스의 대표곡 ‘치얼업’은 모든 연령층이 부를 순 없어도 웬만한 중장년층까지는 들어보면 알 정도로 유명한 노래다. 하지만 2018년도부터 시작된 4세대 아이돌의 노래를 불러보라 하면 어떨까. 사람들은 4세대 아이돌에 ‘잇지’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노래가 무엇인지 모른다. 이름을 들어봤다면 다행인 수준이다. 따라서 4세대의 등장은 1세대에서 2세대, 2세대에서 3세대의 등장과 다른 형태를 보인다. 이전 세대의 쇠퇴 없이? 새로운 4세대의 등장으로 이전 세대인 2세대와 3세대가 동 시대에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중들의 관심을 따지자면 여성 아이돌은 남성 아이돌보다 사정이 나은 편이다. 멜론과 같은 음악 사이트에서 연간 노래 순위들을 보면 4세대 아이돌의 노래 중 10위권 안에 들어가 있는 노래는 여성 아이돌 노래밖에 없다. 특정 남성 아이돌 한 둘을 제외하곤 일간 차트에 들어가기도 힘들다. 이제 아이돌 문화는 특정 아이돌만 편애하는 팬덤만 존재할 뿐 여러 대중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졌다.

이처럼 아이돌 문화가 일부 팬덤인 ‘그들만의 문화’가 된 이유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많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대중매체가 신문과 TV, 라디오 밖에 없었다. 저녁을 먹은 뒤면 모두가 거실에 모여 TV를 봤고 TV에는 다양한 연예인들이 나왔다. 개그맨과 탤런트뿐만 아니라 아이돌들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TV를 잘 보지 않는다. 드라마조차 본방 사수할 필요 없이 얼마든지 핸드픈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에 다시보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으니 프로그램 수는 점점 적어지고 소수의 프로그램에 나오는 출연진들조차 한정돼버렸다. 대중들에게 가장 쉽고 빠르게 각인될 수 있는 TV라는 매체 속 콘텐츠의 수가 극히 적어진 것이다. 새로 데뷔한 아이돌들이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에서 그다지 대중적이지 않은 K-pop 아이돌이 글로벌 음악시장에서는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작이라기보다는 이미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 흐름에 맞춰 아이돌들 또한 국내 대중들이 좋아할 음악보다는 외국에서 선호할만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다음 편에서는 대중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한 아이돌들이 어떠한 장르, 퍼포먼스, 스타일링 변화로 팬들을 모으기 시작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다.

조서희/tjgml894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