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랜선여행 3탄, ‘민주도시의 발자취’

도심 속 나들이 코스를 돌아보았던 이전 랜선여행 1,2탄과 다르게 3탄은 ‘민주도시의 발자취’는 80년 5월에 대한 역사적 사건들이 펼쳐진 장소를 둘러보는 코스이다. 광천시민아파트로 시작해 국군광주병원 옛터, 대인시장지하도를 거쳐 오월광장으로 향하는 역사의 발자취를 소개한다. 그 첫 번째 장소는 광천시민아파트이다.

-광천시민아파트-

광천동은 6.25전쟁을 피해 피난 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영세한 판자촌이 있었다. 이후 지금의 유·스퀘어 자리에 광천 공단이 들어서며 많은 공장 근로자들이 광천동에 살게 됐다. 1960년대 후반 도시계획에 따라 천막과 판잣집을 헐고 지상 3층짜리 3동에 184세대가 살 수 있는 광주 최초의 연립주택을 지었다. 그것이 바로 광천시민아파트이다. 각 세대는 6·9평 정도의 크기로, 많은 사람이 한곳에서 거주했으며 화장실과 취사실은 각 층마다 둬 공동으로 사용했다.

광천시민아파트는 1978년 7월부터 1981년 7월까지 운영된 광주 전남 최초의 노동야학인 들불야학의 근거지이다. 시민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광천동 성당 교리실에서 시작한 들불야학은 1979년 1월 ‘다’동 2층 방으로 학당을 옮겼다. 들불야학은 학생운동에 불을 지폈으며 이곳에서 근로자와 학생들을 가르쳤던 강학(선생님)과 학강(학생)들은 모두 5·18민주화 항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어 맞서 싸웠다.

윤상원, 박용준 등이 5·18 당시 만행을 고발한 최초의 민중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한 곳도 바로 광천시민아파트 내 들불야학 학당이었다. 5·18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가 옥중 단식 뒤 사망한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과 5·18 시민군 기획실장 김영철도 들불야학 강학들이었다. 시민군 대변인으로 주도적 역할을 했던 윤상원이 5·18때 전남도청에서 사망하자, 1978년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들불야학 박기순과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작곡한 ‘임을 위한 행진곡’의 모티브도 역시 광천시민아파트였다.

-국군광주병원 옛터-

국군광주병원은 5·18 사적지 23호로 5·18 민중항쟁 때 계엄사에 연행돼 심문하는 과정에서 고문과 폭행으로 부상을 당한 시민들이 끌려와 치료를 받았던 곳이다. 부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치료를 받는 병원까지 계엄사 수사관들이 찾아와 취조를 하였다고 한다. 병원은 2007년 함평으로 이전한 후 옛터는 산책로로 조성하여 2017년 시민에게 개방했다.

국군광주병원 옛터에 들어서면 국군광주병원에 대한 안내가 나와 있는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을 지나 거리를 따라 걷다보면 길지 않은 거리지만 곳곳에 피어난 들꽃, 하늘 향해 솟아있는 소나무들을 구경하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더불어 그 당시 건물들을 구경할 수 있기 때문에 살아있는 역사 학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국군광주병원 옛터. 선선한 날씨에 소중한 사람과 함께 산책하며 80년 5월을 알아가는 뜻깊은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다.

-오월광장-

오월광장부터 시작하여 넓게 뻗어있는 금남로는 광주의 상징이다. 금남로의 끝에 다다르면 둥그런 분수대가, 뒤로는 구 전남도청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보이는 넓은 광장이 있다.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인권을 부르짖었던, 5.18 민중항쟁의 중심지가 바로 오월광장이다. 1980년 5월 당시 전남도청은 항쟁의 본부였고 앞에 있는 분수대를 연단으로 각종 집회를 열었으며 항쟁의지를 불태웠다. 이곳은 1996년부터 ‘5.18 민주광장’으로 불리고 있다.

광장 가운데 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5.18 최후의 격전지였던 구 전남도청 건물, 헬기사격 총탄증거가 남아있는 전일빌딩, 계엄군에 희생된 시민들의 시신을 임시 안치했던 상무관, 매일 5시 18분이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차임벨 소리로 흘러나오는 시계탑, 민주 인사들의 얼을 담아 세워진 ‘민주의 종각’까지, 곳곳에서 오월 정신을 느껴볼 수 있다.

현재 ‘오월 광장’, 즉 ‘5.18 민주광장’은 주말에는 광주민중예술의 무대로 꾸며지고 있다. 다양한 공연과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되는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을 꼽을 수 있다. 특히 5월에는 5.18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펼쳐진다. 비록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문화행사가 취소됐지만 ‘오월 광장’이 하루빨리 활기를 되찾길 바란다.

이현정/ahdehd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