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부지 기찻길에 피어난 초록의 길, 생명의 길, 푸른길

푸른길은 경전선을 이설하면서 광주역에서 효천역까지 폐선된 구간에 나무를 심어서 조성된 레일 트레일 형태의 공원이다. 길이는 7.9km이다. 그러나 푸른길 공원의 7.9km 모두 조성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2013년 푸른길 공원은 동명동일대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의 자투리 공간을 푸른길 공원으로 만들고 푸른길 공원의 폭을 넓히고 있으며, 동성중에서 광주대학교 입구까지의 170여m의 폐선부지를 푸른길 공원으로 편입, 연장하고 있다.

광주역부터 시작해 광주대학교 입구까지 이어지는 푸른길 공원 코스 가운데 유독 다른 구간에 비해 사람들이 많은 구간이 있다. 양림동, 동명동, 남광주시장을 포함한 구간이다. 도심과 유명한 관광지를 지나는 이 코스는 다른 구간에 비해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부터 이 구간을 따라 백운광장에서부터 시작해 양림동, 동명동을 거쳐 남광주시장까지 가보도록 하자.

-양림동-

백운광장에서 출발해 푸른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제일 먼저 마주치게 되는 곳은 양림동이다. 양림동은 1904년 광주읍성 밖 광주천 건너의 양림동에 오웬 등 서양 선교사들이 모여 교회, 학교, 병원 등을 개설함으로써 ‘서양촌’으로 불리게 되었다. 도심에 있으면서도 사직산과 양림산으로 이어지는 숲이 이어져 아름다운 양림동은, 전통문화와 서양문화가 결합된 한옥과 서양식 건물 등 문화재가 많이 보존되어있는 근대 역사마을이다. 양림동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양림동역사문화마을, 양림동 펭귄마을, 사직공원 등이 있다.

양림동역사문화마을에는 대표적으로 근대건축물을 잘 볼 수 있는 최승효 가옥과 이장우 가옥이 있다. 최승효 가옥은 1920년 지어진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집으로 구한말의 전통가옥에서 개화기 한옥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어 건축사적으로 의미가 큰 집이다. 특히 대청을 제외하고 다락을 두었는데 그곳은 독립운동가들의 은신처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이장우 가옥은 대문간, 곳간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배치된 상류주택양식의 기와집으로 1989년 광주광역시 민속문화재 1호로 지정된 가옥이다. 가옥엔 관리인이 거주하고 있으니 소란스럽지 않게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외에도 한희원 미술관, 갤러리 고철, 우일선 선교사 사택, 호랑가시나무 언덕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다.

다음에 도착하게 되는 곳은 펭귄 마을이다. 펭귄마을은 과거의 어느 날 빈집에 불이나 흉하게 변한 것을 보고 현 펭귄마을 김동균 촌장님을 필두로 마을 주민과 빈집을 예쁘게 꾸미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주민들이 이 텃밭에 이름을 지었는데 그 텃밭이 ‘펭귄텃밭’이다. 40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불편한 걸음을 내걷는 어르신의 모습이 흡사 펭귄같이 귀엽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펭귄텃밭’을 통해 이름도 없던 양림동의 한 작은 마을이 ‘펭귄마을’로 불리게 된 것이다. 가는 길목 길목마다 사진기를 들게 하는 벽화와, 그 사이에 위치한 운치 있는 카페를 구경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즐길 수 있다.

사직공원은 양림산에 조성됐다. 공원 내에는 복원된 사직단과 경찰충혼탑, 다목적 운동장, 시가지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타워 등이 있으며, 각종 수목과 화초를 이용한 조경이 잘 되어 있다. 특히 매년 4월 벚꽃이 만발하면 시민들이 밤 벚꽃을 즐길 수 있도록 야간조명이 설치되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는다.?

양림동 곳곳에는 볼거리 외에 먹거리도 가득하다.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함께 즐기고 싶다면 다채로운 관광지, 다양한 맛집과 카페들이 즐비한 광주의 핫플레이스 ‘양림동’을 추천한다.

양림동에서 광주천을 지나 걷다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나온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약 5-10분 정도 거리에 최근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동명동’이 있다.??

-동명동-

동명동 동쪽은 지산동, 서쪽은 충장동과 접해있다. 1908년부터 1971년까지 광주교도소가 있었다. 조선 시대 읍성의 동문 밖에 있다고 ‘동밖에’라 했고, 동계천변으로 ‘동계’라고도 했다. 일제강점기 동정(東町)이라고 부르던 것을 1946년 동명동이라 했다. 현재는 광주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이다.

동명동 내에는 광주중앙도서관이 위치해 있는데 그 주위에는 학원가가 형성되어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뒤쪽 제봉로 길 건너편 지역은 서울 홍대의 건축물 상가들의 분위기와 비슷한 카페들과 독특하고 특별한 맛집과 술집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근처의 조선대와 금남로, 충장로에 있던 많은 인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다. 광주 사람들은 ‘동리단길’이라고 부른다. 동명로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단독주택 중심의 옛 부촌이 형성되어 있다.

젊은 사람들의 데이트 코스일 뿐 아니라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 등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동명동 끝자락에도 걷기 좋은 걷기 좋은 푸른길, 농장다리가 있다. 이 곳은 녹음이 우거진 길이다. 잠시나마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하고, 더운 여름엔 더위를 잠시 잊게 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푸른길 안내도를 보면 어디가 끝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이 곳에는 광주폴리 “푸른길 문화샘터”라는 작품이 있다. 농장다리와 철길에 얽혀있는 기억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남광주 시장-

양림동과 학동을 잇는 광주 푸른길 공원을 걸으면,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은 광주광역시 대표 수산시장인 남광주시장이다. 남광주 시장 가운데에 기차를 연상하는 점포에서는 먹을거리들을 줄줄이 판매하고 있는데, 토시살 스테이크, 삼겹살 김밥, 낙지호롱구이 등 특이하고 맛있는 메뉴들을 많이 판매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6시부터 열리는 남광주 야시장은 낮 시장과 다른 매력으로 광주의 새로운 명소가 되었다.

양림동과 학동을 잇는 광주 푸른길 공원에서는 다른 구간과 달리 열차 카페를 볼 수 있다. 푸른길 기차카페는 남광주 기차역에 있던 폐열차를 활용해서 푸른길 기차 도서관과 재능 나눔 기차카페가 운영 중이며, 갤러리에는 무궁화호 기차 의자들이 설치되어 있어, 전시를 보면서 기차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조금만 걸으면, 광주를 통과해서 흐르는 광주천을 지나는 다리를 걷게 되는데, 청계천만큼은 아니지만 광주시내와 연결이 되고, 벽화 등의 문화공간과 산책로 및 휴식공간이 많기 때문에 광주천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일상에 지쳐있다면 광주 ‘푸른길’을 따라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얻고, 그 사이에 위치한 광주 핫플레이스를 방문해 에너지를 충전해보는건 어떨까?

이현정/ahdehd9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