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할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 <미쓰백>

지난 11월 8일(목) 경남 창원의 한 유치원에서 원생 수십 명을 학대한 혐의로 유치원 교사 A씨가 경찰 조사를 받고 검찰에 송치됐다. 또 최근 함안에서는 한 장애전담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달 서울에서는 아기의 입을 막아 학대한 위탁모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아동학대 문제의 관련 사건, 사고는 우리 주위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문제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 <미쓰백>은 ‘아동학대’라는 사회적 문제를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주인공 백상아는 어린 시절 술만 마시면 폭행을 일삼는 엄마 밑에서 방치되고 버려졌다. 어두운 성장기를 보낸 그녀는 ‘미쓰백’이란 이름으로 세차장, 마사지샵 등 계약직 노동자로 생활하며 세상과는 단절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어린 소녀를 마주한다. 한겨울에 남루한 얇은 원피스 차림에 헝클어진 머리와 때 묻은 얼굴,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지은이다.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려고 했지만, 왠지 지은의 모습에 눈에 밟힌 상아는 포장마차에서 지은의 끼니를 챙겨준다. 이후 지은의 보호자인 주미경이 지은을 데려가는 순간, 지은은 상아의 손을 잡는다. 그때 상아는 멈칫하며 지은의 눈빛을 읽는다. 지은은 아버지와 그의 애인인 주미경에게 오랜 시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학대를 당하며 살아온 아이다. 상아는 자신과 닮은 아픔을 지닌 지은의 모습을 보며 힘겨웠던 과거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떠올린다. 그렇게 지은에게서 자신을 발견한 상아는 학대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를 구해주고 지켜주기로 마음먹는다. 이 과정에서 둘은 연대를 이루고, 서로에게 위로와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영화는 실제 아동학대로 전 국민의 공분을 일으켰던 ‘원영이 사건’과 ‘고준희 양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제작되었다. 어린아이를 화장실과 베란다에 가둬놓고 굶기며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들은 충격적이다. 이것이 허구가 아닌 실제 일어났던 사실인 점은 충격을 배가 되게 만든다. 현실 아동학대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그 고통을 일방적으로 다 당해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호해야 할 부모가 바로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는 전체 아동학대 사건 중 71.7%가 부모로 가장 많았다. 또한 아동학대 사건들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통계로 잡히지 않는 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힘없는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학대 사건은 그 특성상 드러나기 보다는 가정 내에서 침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아동학대를 단순히 가정 내의 문제로 치부하며 외면해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학대 아동 사건들은 여전히 묻혀 지고 있다. 공공연히 만연해 있는 아동학대에 관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절박하다. 더 이상은 아동학대를 지나치지 말고 마주 봐야 한다는 것. 아동학대의 가해자들은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하고 피해 아동들은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보듬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세심한 관심과 함께 재발되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아동들만큼 존귀한 생명은 없다. 소중히 다뤄지기에도 아까운 ‘작은 생명’들이 학대 속에서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