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예술의 향연, 2018 광주비엔날레에 가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국군통합병원, 광주 시내 일원에서 오는 11월 11일(일)까지 ‘상상된 경계들’이라는 주제로 2018 광주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필자는 이 중 ACC에서 진행하는 비엔날레를 방문했다.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리는 미술전을 말한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광역시 일대에서 미술을 주제로 개최하는 국제미술전이며, 1995년부터 지금까지 11회나 열린 규모가 매우 큰 전시회이다. 여기에는 총 43개국 165명의 작가가 참여한 아시아 각국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번 비엔날레는 굉장히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현대작품들이 많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은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총 3개의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 주제, ‘지진: 충돌하는 경계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공동체의 가치, 소속감이 위협 당했을 때 직면하게 되는 불안감, 갈등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참여 작가들은 정치사회, 윤리 등 전방위에서 이뤄졌던 과거의 폭력이 여전히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 주목했다. 특히 1995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가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는 쿠바를 탈출하며 고국을 잊고자 하는 난민들의 삶을 그려냈고 이는 오늘날 국제적으로 증가하는 난민이슈와 지역분쟁을 연상시킨다.

▲ 크초의 <잊어버리기 위하여>. 노 젓는 배와 2000개의 맥주병 가변을 설치한 작품이다.

두 번째 주제, ‘생존의 기술: 집결하기, 지속하기, 변화하기’는 동시대적 조건과 흐름들을 생존의 기술이라는 각도에서 파악한다. 주제는 ‘파트1: 대칭적 상상력’, ‘파트2: 한시적 추동’, ‘파트3: 집결지와 비장소’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파트1: 대칭적 상상력’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가 사라진 다양한 형태의 상상력을 선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대칭성이란 인간과 자연 사이에 경계가 없는 것을 말한다.

‘파트2: 한시적 충동’은 국가, 영토와 같이 이미 구축된 경계보다는, 사회 내에서 비물질적인 형태로 개인과 개인에 의해 구축되는 경계에 주목한다. 개인과 집단이라는 그 자체의 구조와 형식, 형태를 예술의 언어로 가시화시켰다.

‘파트3: 집결지와 비장소’는 지각되지 않거나 은폐되고 있는 집결지에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성적 교환/수탈이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는 성매매집결지가 있다. 이 파트의 전시는 이 삶의 영역을 전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작업들로 꾸려져 있다. 대표적으로 정유승의 <랜드마켓, 랜드마크>를 꼽을 수 있다. 광주의 성매매집결지를 작가가 광주의 지도 모양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광주 모형 위를 채운 건물은 성매매업소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약품의 포장지로 세웠다. 작가의 이러한 시각은 광주를 폄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광주에서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함께 질문하는 과정이다.

▲정유승의 <랜드마켓, 랜드마크>. 광주의 성매매집결지 표현.

세 번째 주제, ‘북한미술: 사회주의 사실주의의 패러독스’. 2018 광주비엔날레의 북한미술전은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담은 조선화를 세계 최초로 선보인다. 조선화는 북한식으로 발전시킨 동양화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72년간 폐쇄된 환경 속에서 발전해 온 북한만의 고유한 특징을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북한 미술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우리에게 온 것이다.

‘현대미술’ 자체를 어려워하는 관람객에게 세계적인 현대 미술제로 통하는 광주비엔날레는 거리감이 느껴질 것이다. 특히 이번 주제 ‘상상된 경계’는 사회와 민족, 난민, 환경, 정치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산만해보이기도 하고, 과연 이것이 미술작품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하지만 전시를 둘러보고 난 후 작가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하게 될 때, 가랑비에 옷 젖어들 듯 ‘현대미술’을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엔날레 폐막일(11월 11일)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비엔날레를 감상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만사 제쳐놓고 발걸음을 재촉해 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