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사람의 인연을 학연, 지연, 혈연 세 부류로 나눈다. 그중 가장 큰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피로 이어진 가족 즉, 혈연이다. 그 다음으로 학연, 지연 중 무엇이 더 사람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라면 말이 달라진다. 외국에서야 비로소 우리는 지연, 동향 사람이 얼마나 큰 유대감을 갖게 하는지 깨닫는다. 영화 ‘모가디슈’가 그렇다. 먼 아프리카 대륙, 소말리아에서 남한과 북한은 ‘생존’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손을 잡는다.

영화 속 배경은 1991년, 남북한이 아직 UN에 가입하지 못했을 시절이다. 우리나라는 UN에 가입하기 위해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에 열띤 외교전을 펼쳤고 그중 한 나라, 소말리아에 우리나라 외교관이 파견된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외교에 있어 많은 충돌을 겪으며 서로를 방해한다.

그때,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난다. 소말리아 국민들은 독재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무기를 손에 들었다. 정부군과 반군은 어느새 수도인 모가디슈에서까지 전투를 펼치게 되고, 우리나라 대사관 또한 보호를 받지 못한 체 위협에 처하게 된다. 영화 중반부에서는 혼란에 빠진 모가디슈를 보여주며 북한 대사관이 습격당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결국 북한은 동족인 우리나라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목숨 앞에서 손을 잡은 두 나라는 적십자 구조기가 기다리고 있는 이탈리아 대사관으로 가는 여정을 함께한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북한 밖에 없다. 서로 똑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전통을 공유하지만 정치체제는 완전히 다르다.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나자 이전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충돌했던 이들이 단 하나, 살아서 돌아가자는 공동의 목표가 생겼다. 어린아이들이 총을 쏘고 건물들이 불에 휩싸인 전쟁통 속에서 믿을 것은 약 40년 전, 같은 나라였던 북한과 남한 서로 뿐이었다. 서로의 모국에서는 적이었던 두 나라가 타국에서 비로소 하나가 됐다.

외국에 나갈 것도 없이 우리는 타지에서 생활할 때 동향 출신의 사람을 보면 동질감을 느낀다. 유명한 맛집, 출신 학교, 지인들을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타지 생활의 큰 위로가 된다.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무사히 탈출한 이들이 구조기 밖에서는 서로를 모른 척 해야 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에 혹여나 아는 척 하게 된다면 본국으로 돌아가 곤경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같은 역사와 같은 언어를 쓰는 두 나라가 함께 하면 어떤 고난도 해쳐갈 수 있다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들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쳐 위기에서 빠져나왔다. 1980년대에도 그랬던 우리는 2021년인 지금도 그럴 수 있다. 하루 빨리 정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진전되어, 영화 ‘모가디슈’에서처럼 서로를 의지하는 든든한 동맹 관계가 되길 바라본다.

조서희/tjgml894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