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수작업 시간여행을 통한 추억 소환의 <카페 벨 에포크>

봄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나들이 한 번 마음 편히 가지 못하고 거리 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요즘. 예전 사진들을 보며 소홀히 하던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생각해보니 그때가 참 좋았는데…’ 하고 말이다. 여기 흘러간 과거를 그리워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게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영화 <카페 벨 에포크>는 맞춤형 수작업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다. 영화는 단순한 시간 여행이 아니다. 맞춤형 수작업 시간 여행을 다루고 있다. 이 점이 바로 뻔한 시간 여행 장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신문에 만화를 싣던 주인공 빅토르는 디지털화로 인터넷과 모바일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실직하게 되고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스마트폰 소통, 정치와 종교, 인종의 대립 등 현 시대가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빠르게 진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며 아날로그 시대만 그리워하는 보수적인 인물이다. 반면, 그의 아내 마리안은 새롭게 변하는 세상에 맞춰 신체적, 정신적으로 완벽히 적응해나가고 있다. 깔끔한 옷차림과 자율주행 차를 운전하거나 VR 안대를 이용하는 듯 신문물에 능숙하다. 그런 그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가 악화된다.

그러던 중 빅토르는 얼마 전 가족 식사 자리에서 아들이 준 시간 여행 초대장을 떠올리게 되고 시간 여행 사무실에 찾아간다. 그곳은 의뢰인 원하는 시대, 순간을 배경과 날씨, 인물 등 최대한 재현한 세트를 구성해 시간 여행 서비스를 시켜주는 곳이다. 1974년으로 돌아간 빅토르는 처음에는 꾸며진 설정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이내 거대한 세트장 속 1974년에 몰입하게 된다. 20대 혈기왕성 청년으로 돌아간 그는 그 시절 마리안을 다시 만나게 되고 찬란했던 당시 추억들을 재현한다. 시간 여행을 통해 현실과 세트장을 오가던 빅토르는 생기를 되찾는다. 열정 넘치던 과거의 자신을 통해 현재의 자신이 변하게 되고 주변 사람들과 타협하며 새로운 꿈까지 가지게 한 것이다.

제목의 ‘벨 에포크(belle ?poque)’는 프랑스어다. ‘좋은 시대’라는 뜻으로 일시적으로 지난 과거의 좋았던 시절을 일컫는다. 누구에게나 각자 추억할 수 있는 ‘벨 에포크’의 순간 하나쯤은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흔히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살아간다는 표현을 쓴다. 가장 빛나고 행복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과거의 나를 바탕으로 현재의 나 자신과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잃어가지 않도록 말이다. 우리는 모두 아직 추억을 회상하기보단 추억을 만들어 가야 하는 때다. 활력이 사라진 일상에 또 좋은 시절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