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참여하는 역사상 최초의 재판이 열린다, <배심원들>

영화 ‘배심원들’은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인 8명의 보통 사람들이 배심원으로 선정되어 재판에 참여하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2008년 당시 국내 최초로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되었다. 5월 31일 기준 약 28만명의 누적 관객을, 네이버를 기준으로 관람객 평점 9.30점, 기자·평론가 평점 6.67점, 네티즌 평점 9.06점인 평가를 받고 있다.

청년창업가인 권남우는 배심원의 수가 부족하여 갑작스럽게 배심원이 되라는 전화를 받게 된다. 어쩌다보니 권남우는 8번 배심원이라는 자리를 가지게 되며 재판에 참여하게 된다. 이번 재판은 증거와 증언, 자백도 확실한 살해 사건으로 양형 결정만 남아있던 재판이었다. 하지만 피고인 강두식이 갑자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재판이 유무죄를 결정을 해야 되는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원칙주의자인 재판장 김준겸은 정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러나 끈질기게 질문하고 문제 제기를 하는 8번 배심원 권남우로 인해 재판이 꼬이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이기 때문에 배심원들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배심원들은 남의 인생을 가지고 유무죄를 가리는 일이 처음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 8명의 배심원들은 날을 새가며 피고인이 진짜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사건기록을 살펴가며 단서들을 모은다. 사건기록들을 보면서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해보고 사건을 꼼꼼히 파헤쳐 보고 논의를 한 후 사건의 증거들이 완전히 확실한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무죄라는 결론을 내린다. 이런 결과를 재판부에서는 자신들이 생각했던 결론이 아니어서 혼란스러워 한다. 재판장 김준겸은 기존에 증거들이 유죄 판결을 내리기에는 불확실하다는 점과 배심원들의 의견을 밤새 고민한다. 긴 고민 끝에 원래 유죄 판결이었던 이번 재판을 유죄 판결 직전에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문구를 보고 정의 실현의 전제 조건을 따라 무죄 판결을 내린다.

이 영화는 국민참여재판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한 판사나 변호사들도 영화에서 나온 8명의 배심원들처럼 시민들이 생각보다 굉장히 진지하고 신중하게 심리에 임하고 있고, 토론을 통해 내놓은 의견들도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라며 굉장히 높은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도 배심원들의 유무죄 평결과 재판부의 판결의 일치도가 93%가 넘는 통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렇게 좋은 평가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국민참여재판이 시작 된지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잘 활성화 되지 않고 있다. 제도를 처음 시행할 당시에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사건은 매년 200~300건으로 전체 형사 재판의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는 법원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이러한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한다.

전체 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낮지만 사법부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전 세계적으로 배심원들은 영화에서처럼 판사보다 무죄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이는 배심원들이 판사나 공판검사와는 다른 시선과 생각으로 사건을 바라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보면 엄격한 증거조사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게 되어 도를 넘는 가혹한 처벌이나 유죄의 오판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로도 국민참여재판을 하게 되면 일반 재판에서는 쉽게 넘어갈 사안도 판사가 일일이 배심원들에게 이해를 시키면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심리가 심도 깊게 진행되면 재판의 질적 수준이 높아진다. 이러한 좋은 점도 많고 사회에 이익이가는 국민참여재판을 사람들이 많이 알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한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이호성 수습/hosoung092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