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진정한 여성 히어로의 등장, 캡틴 마블

지난 3월 6일 개봉한 ‘캡틴 마블(Captain Marvel)’은 누적 관객 약 559만명(4월 4일 기준)을 돌파하며 3월 개봉 영화 중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역대 마블 솔로 무비 흥행 3위, 마블 스튜디오 영화 흥행 TOP7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국내를 포함 해외에서도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다. 최근 몇 년 동안 흥행에 실패하지 않았던 마블 히어로 무비다운 결과였다. 대중과 평론가들의 평가 또한 나쁘지 않았다. 네이버 기준 관람객 평점 8.45점, 평론가 평점 7점, 호평 비율 78%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크롤을 내릴수록 1점짜리 평점과 리뷰들이 많이 보였다. 극과 극인 평점과 리뷰. 단순한 호불호 차이에서 온 것일까?

캡틴 마블은 개봉 전부터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마블 스튜디오의 영화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일명 ‘페미 영화’라는 것 때문이었다. ‘페미 영화’는 여성주의 영화(feminism movie)를 간단하게 줄인 인터넷 용어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캡틴 마블’을 연기한 브리 라슨(Brie Larson)은 영화에 대해 “위대한 페미니스트 영화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으며 제작진도 페미니스트 영화임을 인정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발언 후 해외를 비롯한 국내 남성들이 불매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반응은 페미니즘이 남성들에게 받는 오해와 인식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인권을 위한 운동이 아닌 남성들을 혐오하고 역차별을 받게 하는 사회악이라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워마드(페미니즘 사이트)’의 여러 행적 뿐만 아니라 대형 여성 커뮤니티에서 벌어지고 있는 페미니즘적 논의와 여성 혐오적 용어 변화 운동(미러링)이 남성 혐오를 불러오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주연 배우인 자라 라슨의 SNS에 올려진 ‘故 스탠리(마블 스튜디오 명예 회장)’의 추모 게시글을 문제 삼기도 했다. 추모가 아닌 조롱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스타 로드역의 크리스 프랫, 아이언맨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호크아이역의 제레미 레너 등 다양한 마블 남배우의 성희롱 발언은 국내에서 큰 논란 없이 지나갔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논란과 불매 운동에도 캡틴 마블은 이 시대 진정한 여성 히어로라는 수식어를 가졌다. 다른 여성 히어로들과는 달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은 코스튬과 화장하지 않은 얼굴, 남성과 연관되지 않은 진정한 자신만을 위한 서사가 있었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하였다. 영화를 비롯하여 문화 전반에 걸쳐 이제는 여성이 주 소비층이 되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종, 젠더, 나이를 비롯한 다양한 인권 감수성이 높아지고 예민해진 지금 페미니즘 영화인 캡틴 마블의 등장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주의, 페미니즘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더 이상 여성이 주연인 영화는 팔리지 않는다며 제작 자체를 무산시키는 일 또한 없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변하는 세상에 대한 영화의 주제 의식은 영화가 가진 가장 기본적인 의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조서희 수습/tjgml894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