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은 어디로 갔나” 위안부 기부금 논란 일파만파

지난 5월 19일 MBC ‘PD수첩’이 방영한 방송은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복지를 위한 ‘나눔의 집’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았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방송프로그램의 시작은 위안부 피해자 중 한 명인 이용수 할머니가 열었던 지난 5월 7일 기자회견이었다. 회견의 내용은 정신기억연대(이하, 정의연)의 고발과 윤미향 정의연 전 대표에 대한 비난이었다. 윤미향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원이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에서 받은 성금이 할머니들한테 쓰이지 않고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겠다”라고 폭로했다. 이어 윤미향의 국회의원을 비난하면서 “앞으로의 수요집회에도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정의연 앞으로 온 기부금 중 상당수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기부금에 대한 회계는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피해자 중 한 명인 故 김복동 할머니를 기르는 ‘김복동 장학금’의 수혜자 전원은 진보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자녀였다. 또한, ‘옥토버훼스트’라는 맥줏집 한 곳에서만 기부금 3300여만 원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표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결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 2015년 12월 정대협에 보낸 공문에서 7개 사유를 근거로 정대협을 향후 2년간 배분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재를 내렸다.

이에 윤미향 의원은 지난 5월 29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은 “지난 26일 또 한 분의 피해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로 조의를 표하며 시작됐다. 윤미향 의원은 “이용수 할머니의 여러 지적과 고견을 깊게 새기는 것과 별개로 직접 피해자들에게 현금지원을 목적으로 모금한 돈을 전달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후원금에 대한 오해를 해명했다.

하지만 윤미향 의원의 기자회견은 늦은 감이 있다. 이미 ‘나눔의 집’의 내부고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눔의 집’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CBS 측을 통해 “후원금이 단 한 번도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송 ‘PD수첩’에서 ‘나눔의 집’ 직원들은 얼굴이 공개되는 위험까지 감수하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끊임없는 논란에 정의연은 ‘나눔의 집’ 후원 해지와 후원 환불에 대한 공지를 띄웠다. 후원해지는 가능하나 후원 환불은 불가능하다는 게 ‘나눔의 집’의 입장이었다. 공지가 뜨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후원 해지를 진행했다.

‘나눔의 집’ 직원들은 “이 후원금이 할머니한테 안 쓰인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걸 받고 감사합니다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죄송스럽다”고 하면서 이 때문에 내부고발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방송프로그램인 ‘PD수첩’에 제보한 이유는 “운영진, 이사진, 정부 부처 누구한테 이야기해도 이게 바뀔 생각이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선택한 최종수단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후원금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현재 ‘나눔의 집’ 관련 자료를 대부분 압수해 분석 중이며 관계자를 차례로 소환하는 단계이다.

위안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숙제와도 같은 역사 문제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잊지 말아 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위안부 기부금 문제가 논란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문제가 피해자 할머니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해결되길 바란다.

조서희 수습/tjgml8943@gmail.com